주간교육이 실시되는 첫날이라서인지
교육생들, 그리고 강의시간 변경에 따른 강사들, 그외 외부손님들...
팀원 모두는 제각각의 업무와 사소하게 겹친 잡무들로 정신들이 없었다.
오후 업무 시작무렵
30대 초반정도의 낯선 여인 하나가 추위와 바람을 맞은 얼굴로 사무실 입구에 들어섰다.
그녀는
"채용등록서류 어디에 냅니까?"라고 물었다.
처음엔 그녀의 말을 알아 들을 수 가 없었다.
사무실에 외부손님 3~4명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 복도는 쉬는시간을 맞은 교육생들로 웅성거렸고
그녀의 목소리 또한 뚜렷한 발음이 아니였기때문이였다.
나는 그녀에게 재차 "네? 뭘 접수하신다구요?"라고 물었고
두번째 대답 또한 정확한 발음은 아니였지만 내용은 알아 들을 수 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쪽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고선
어떤서류인지 보여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내게로 다가와 머리를 한번 단정하게 다듬고는
작은손가방에서 편지봉투를 꺼내어 내게 건냈다.
봉투안에는 주민등록등본과 이력서가 들어있었다.
나는 "행정지원실에서 청소아주머니를 새로 뽑나?"하는 대수롭지 않는 생각으로
"어디서 모집광고를 보셨는데요?, 어느 부서로 접수하라고는 안 나와 있던가요?"라고 물으며
이력서를 살펴보았다.
허걱! 순간 난 "얼음"이 되어버렸다.
이력내용은 날아갈듯한 글씨체로 3줄 씌여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하버드 대학교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졸업...
두둥~
어느누가 보더라도 거짓학력임을 짐작할 수 있는 이력서였다.
이력서를 보는 내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짧은순간이였지만 내게는 큰충격이였고 커다란 공포였다.
나는 최대한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아무렇지 않은듯
"저희는 지금 모집하고 있는 부서가 없어요, 잘못 알고 오신것 같은데 다시한번 확인해보세요"라고 말하며
정중하게 서류를 접어 봉투에 다시넣고는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알고 왔기라도 한듯 꾸벅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다.
살면서...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모두는 정신병을 앓고있다.
누가 그녀에게 미쳤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그것이 어느날의 내모습일 수도 있는걸...
그녀가 떠나고 나서도 난 한동안 얼음이 되어있었다.
'나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가족! (0) | 2009.12.30 |
---|---|
크리스마스가 즐겁다~~ (0) | 2009.12.23 |
난 떠나고 싶다. (0) | 2009.12.01 |
선운사의 아름다운기억 (0) | 2009.11.11 |
송광사를 다녀오다~ (0) | 2009.11.11 |